21세기 인맥관리의 기본..“여보세요” 대신 “길동이니?”
휴대폰 번호가 제3의 신분증으로 통용되는 시대다. 정보통신(IT) 업계엔 휴대폰 주소록을 이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는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둘러싸고 IT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신분증이 된 휴대폰 전화번호가 국내 통신업체들의 명운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 주소록 저장, 상대방에 대한 예의의 표현
인터넷 업체 I사의 이모 사장은 최근 쓸 만했던 구형 휴대폰을 최신폰으로 바꿨다. 구형 휴대폰의 전화번호 저장 용량이 적어 업무상 필요한 사람을 모두 저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휴대폰 주소록에 이름을 저장해 놓고 기억해 준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친밀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그냥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는 것보다 “OO 사장님”이라고 전화를 받으면 상대방도 말투부터 달라진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반면 자신의 전화번호가 상대방 휴대폰에 저장되지 않았을 경우 섭섭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90년대 말 국내에 나온 휴대폰은 200명 정도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저장할 수 있었다. 최근 나온 고급형 휴대폰은 2000명의 이름과 전화번호 1만개를 저장할 수 있다. 한 사람 이름에 전화번호를 5개까지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휴대폰 주소록, IT산업의 새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
휴대폰 주소록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데이터가 되고 있는 가운데 주소록 관련 사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PC와 휴대폰을 연동시켜 주소록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미 수십여 가지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 인터넷 포털 파란은 휴대폰 주소록을 인터넷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부가서비스를 내놔 호응을 얻고 있다. 별도로 휴대폰 주소록을 관리해 주는 벤처기업들도 모키, 폰다 등 여럿 등장해 성업 중이다. 또 주소록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는 이동통신 회사에도 수익성 높은 부가서비스가 됐다. 최근 KTF는 가입자 휴대폰의 주소록이나 사진 같은 데이터를 KTF서버에 보관했다가 내려받을 수 있게 모바일 웹하드 같은 부가서비스를 내놨다. 이동전화 회사의 서버에 주소록이 보관돼 있으면 가입자가 서비스 회사를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이 서비스를 내놓은 것. 그만큼 주소록은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유선전화 지고 휴대폰 뜨고…유선전화 CID장착바람
이처럼 휴대폰 통화가 선호되면서 한때 집집마다 한 대씩 필수로 설치하던 유선전화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혼부부나 독신자들이 집에 유선전화를 설치하지 않는 건 이제 하나의 풍속도가 됐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02년 가입자 2250만명이던 KT의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꾸준히 줄어 지난 9월 말 현재 2050만으로 쪼그라들었다.
유선전화 사용량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2006년 상반기 2조1495억원이던 KT의 유선전화 매출은 2007년 상반기 2조938억원으로 543억원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2조395억원으로 다시 557억원 감소했다. 1년에 1000억원 이상씩 유선전화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유선전화 사용량 급감 때문에 KT는 올해 12조원을 돌파하려던 매출 목표를 11조9000억원으로 낮춰 잡는 수모도 겪었다. 이 때문에 유선전화업체들은 전화기에 발신자번호표시(CID)를 장착하는 작업이 생존을 위한 지상 과제로 떠올랐다.
반대로 이동전화 3사의 매출은 해마다 1조원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18조2567억원이던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 매출은 2007년 말에는 19조8495억원이 됐고 올해 말에는 21조618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휴대폰으로 상대방을 골라서 통화하려는 현대인들의 선호도와 여기서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변화가 대화의 패턴뿐 아니라 산업의 지도도 바꿔가고 있다.
/cafe9@fnnews.com 이구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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