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
작가의 말
우리 연구팀은 세발가락나무늘보의 수면 습관을 실험했다.
초저녁에 잠든 다섯 마리의 머리 위에 물이 감긴 빨간 플라스틱 접시를 올려두었다.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접시는 그대로 있고 물에는 벌레가 들끓었다. 나무늘보는 해질 무렵이 가장 분주하다.
'분주'라고는 하지만, 좀 그렇다는 것이지 아주 바쁘다는 뜻은 아니다. 이 동물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서,
시속 400미터로 움직인다. 땅에서는 시속 250미터로 나무에 기어오른다. 이것도 다급할 때의 속도다. 다급한 \치타보다 440배 느린 속도다. 급한 일이 없으면 한 시간에 4, 5미터 정도만 움직이는 동물이 바로 나무늘보다.
15p-3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아트만은 브라만을 실현하려 애쓴다.
절대적인 것과 하나가 되려 하고, 이 생에서 순례에 나선다.
거기에는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죽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자신을 가둔 덮개를 벗어던지게 된다.
해방까지의 길은 무수히 많지만, 길을 따라 있는 강둑은 언제나 똑같다.
'업의 강둑', 거기서 각자는 자기의 행위에 따라 해탈하기도 하고 윤회하기도 한다.
69p-8
2부 #태평양
보라. 십자가의 예수는 질식해서 죽었지만, 그가 유일하게 불평한 것은 갈증이 아니었던가.
갈증이 인간의 모습으로 온 신까지 불평하게 만들 만큼 힘든 것이라면, 보통 인간은 어땠을지 상상해보기를.
나는 미쳐서 펄쩍펄쩍 뛸것 같았다. 입에서 썩은 맛이 나고 끈적끈적한 것처럼 고약한 게 있을까.
목구멍 뒤쪽에 달라붙어 있는 참을 수 없는 이 압박감. 이 피가 걸쭉해져서 잘 돌지 않는 느낌.
사실 그런 고통에 비하면 호랑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173p-9
구명보트에서의 삶은 생활이라고 할 게 없다. 그것은 몇 개 되지 않는 말을 가지고 하는 체스 게임의
마지막 판과 같다. 구성요소는 더할 수 없이 간단하고, 판돈도 크지 않다.
생활은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정신적으로 죽어간다.
살아나고 싶다면 적응해야 한다. 많은 것이 소모된다. 가능한 곳에서 행복을 얻어야 한다.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져서도 팔짱을 끼고 미소를 지어야 한다. 그러면 지상에서 가장 복 받은 사람이 된 기분이 된다. 왜일까? 발아래 작은 물고기 한마리가 죽어 있으므로.
270p-12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292p-18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
곁들여 말하면, 유일한 생존자인 인도인 피신 몰리토 파델의 사연은 이를 데 없이 힘들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용기와 인내를 보여준 놀라운 이야기다. 이 조사관의 경험으로 볼 때, 그의 이야기는 난파선 역사상 어느 사건과도
견줄 수 없다. 피델만큼 오래 생존한 조난자는 없었다. 더구나 벵골 호랑이와 함께 생존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397p-16
3부 100장으로 구성된 파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더운 여름의 열기가 싸늘하게 식는 것은 느끼는 경험을 한다.
얀 마텔의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 부터 인간과 동물의 세계 그리고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수시로 넘나든다.
이야기의 힘은 인간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 <파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