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 김상욱
<떨림과 울림> 김상욱

<떨림과 울림> 김상욱
우주는 떨림이다. 정지한 것들은 모두 떨고 있다. 수천 년 동안 한자리에 말없이 서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떨고 있다. 그 떨림이 너무 미약하여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미세한 떨림을 볼 수
있다. 소리는 떨림이다. 우리가 말하는 동안 공기가 떤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의 미세한 떨림이 나의 말을
상대의 귀까지 전달해준다. 빛은 떨림이다.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시공간상에서 진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눈은 가시광선밖에 볼 수 없지만 우리 주위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빛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전자기장의 떨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상은 불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하다.
5p-2
1부 #분주한존재들 - 138억 년 전 그날 이후, 우리는 우리가 되었다
물리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 대상은 쿼크가 존재하는 극도로 작은 세상에서
은하와 우주라는 거대한 규모에 걸쳐져 있다. 지금 우리는 단지 몇 개의 법칙으로 이런 모든 규모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자, 물리에 대한 흥미가 생겨나지 않는가?
34p-3
2부 시간을 산다는 것, 공간을 본다는 것
미래를 아는 존재에게 현재를 산다는 것
인간과 헵타포드는 다른 방식으로 우주를 이해한다. 인간은 시간의 한순간만을 볼 수 있지만
헵타포드는 과거와 미래를 한꺼번에 본다. 인간에게 과거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지만,
헵타포드에게는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마저 생각 속에 이미 한꺼번에 존재한다.
그들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사건을 현실화하기 위해 언어를 쓴다.
말도 안 되는 듯 들리겠지만, 헵타포드의 인식 틀에 대한 이러한 설정은 물리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
헵타포드를 만든 작가 테드 창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88p-2
'이것'은 또한 '저것'이다. '저것'또한 '이것'이다. 장자는 이것과 저것의 대립이 사라져버린 것을 '도(道)'라고 했다.
대립되는 두 개념이 사실 하나의 개념이라는 생각은 동양인들에게 익숙한 철학이다.
음양의 조화라든가 중용같은 것도 대립하는 개념 사이에서 옳은 쪽을 찾기보다 둘을 조화시키는 동양의 지혜다.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대립되는 두 명제 가운데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다.
이런 이분법은 선악 개념에 기초한 기독교에서 친숙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대립물을 하나로 보는 생각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지도 모르겠다.
128p-4
3부 #관계 에 관하여 - 힘들이 경합하는 세계
전하가 있으면 그 주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장이 펼쳐진다. 중력도 마찬가지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는 중력장이 펼쳐진다. 전기장을 흔들면 전자기파가 생기듯, 중력장을 흔들면
중력파가 발생한다. 우주에 빈 공간은 없다. 존재가 있으면 그 주변은 장으로 충만해진다.
존재가 진동하면 주변에는 장의 파동이 만들어지며, 존재의 떨림을 우주 구석구석까지 빛의 속도로 전달한다.
이렇게 힘은 관계가 된다.
172p-5
물질에서도 상전이를 통해 얼음이 물이 되거나 물이 수증기가 되듯이, 상전이 이전의 물질이 갖지 않았던 속성이
새롭게 생겨난다. 이처럼 구성요소에서 없던 성질이 전체 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창발'이라 부른다.
창발의 예를 찾아보기는 쉽다. 당신 주위를 둘러보라. 수많은 자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커피가 끓고 있다. 인간행동, 사회현상도 모두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것들 가운데 원자로부터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모두 창발이라 보면 된다.
191p-18
4부 우주는 떨림과 울림 - 과학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법
물질의 궁극을 탐구하던 현대물리학은 세상이 (상상도 할 수 없이 작은) 끈으로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을 초끈이론이라 한다. 여기서는 작은 끈의 진동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당신이 기타로 '도'를 치면 코끼리가 나오고, '미'를 치면 호랑이가 나온다는 말이다.
결국 세상은 현의 진동이었던 거다. 우주는 초끈이라는 현의 오케스트라다. 그 진동이 물질을 만들었고, 그 물질은
다시 진동하여 소리를 만든다. 흰두교에서는 신을 부를 때, 옴 이라는 단진동의 소리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소리의 진동은 다시 신으로, 우주로 돌아간다. 결국 우주는 떨림이다.
243p-4
물리학자가 물리학으로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를 이야기하는 물리학 에세이 <떨림과 울림>
138억 년 전 그 날 이후 탄생한 모든것들이 지금 여기 우리가 되었다. 이 기가막힌 이론을 만들어낸 과학을 이야기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주와 생명과 인간 그리고 나에대해서 생각하게하는 가볍지만 무거운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