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여름 내가 달촌(達村)에서 화오촌(花塢村)의 전에 우거(寓居)하던 집으로 이주하였는데, 집이 비좁고 낮아 드나들 때마다 늘 천정에 머리를 부딪치곤 하였다. 때는 복더위가 한창이라 마치 뜨거운 화로 속에 있는 것 같았고, 모기와 파리까지 귀찮게 달려들어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이웃집에 사는 이우열(李友說)이란 사람과 피서할 방도를 강구한 끝에 월송정 숲 속에 높은 다락을 매달기로 하였다. 다락은, 기둥이 모두 넷인데 셋은 그 곳에 서 있는 소나무를 그대로 이용하고 하나는 나무를 따로 세웠으며, 가로목 역시 넷을 걸친 다음 그 위에는 대나무를 깔았다. 그 너비는 수십 명이 앉을 만하고 사방에는 모두 대나무를 엮어 난간을 둘렀으니, 떨어질 위험을 방비하기 위해서이다. 다락 왼편에 긴 다리를 만들되 나무로 지탱하고 잔디를 깔았으니, 오르내리기에 편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락이 이루어지자 이웃 노인들과 함께 보리로 빚은 술을 마시며 축하하였다. 이로부터 식사며 기거, 좌와(坐臥), 잠자리를 날마다 여기서 하였는데, 언제나 솔바람이 서늘하게 불고 그 시원한 기운이 뼛속에 스며들어 아무리 드센 더위도 기승을 부리지 못하고 모기와 파리 따위도 감히 근접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표연히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오르는 듯한 흥취가 일기에, 내가 몹시 기쁘고 즐거워 생각하기를, “저 악양루(岳陽樓)와 황학루(黃鶴樓)는 크다면 크고 제운루(齊雲樓)와 낙성루(落星樓)는 높다면 높다 하겠다. 그러나 그 건물의 굉대함과 단청의 현란함은 많은 공인(工人)들의 기술을 모은 것으로 하루아침에 지어진 것이 아니니, 어찌 번거롭게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쉽게 이루어진 나의 다락만 하겠으며, 검소하고 질박하여 화려한 꾸밈새가 없으면서 소쇄(瀟灑)하고 빼어난 나의 다락만 하겠는가.” 하였다. 이렇게 입으로 주절대다가 배를 드러낸 채 난간에 기대어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홀연히 푸른 옷을 입은 한 노인이 정중하게 읍을 하고 다가와 말하기를, “그대의 대나무 다락은 비록 좋으나 그대의 안색은 쾌활하지 못한 듯하니, 무슨 까닭인가. 진흙탕에 떨어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땅 위 한 자 남짓한 곳이라도 좋게 느껴질 것이고, 땅 위 한 자 남짓한 곳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대의 다락이 한층 좋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가령 천상(天上)에 있는 사람이 내려다본다면 그대의 다락이나 땅 위 한 자 남짓한 곳이나 모두 진흙탕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대는 한갓 이 다락이 좋은 줄만 알고 천상의 사람이 내려다보면 진흙탕과 같은 줄은 알지 못하니, 이는 참으로 작은 것에 얽매어 큰 것에 어둡기 때문이다. 내 그대가 초연히 티끌세상의 구덩이 밖으로 뛰쳐나가지 못함을 알겠으니, 슬프다. 그대의 가슴 속에는 하늘도 있고 땅도 있고 태허공도 있어 누각을 높이 세울 수도 있고 창문을 활짝 틔울 수도 있으며, 그 후련하기로 말하면 온 천하를 한 눈에 담을 수 있고 그 높기로 말하면 천인(天人)과 마주 읍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누각은 마음으로 애써 설계할 것도 없고, 좋은 목수의 솜씨를 기다리지도 않고 잠깐 사이에 세울 수 있는데 등림(登臨)하는 즐거움이 이 다락에 비길 바가 아니며, 소박하고 청절(淸絶)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인사(人事)의 득실과 영욕, 희비와 우락(憂樂) 또한 모두 태허공 가운데 구름과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이러한 누각을 짓기를 도모하지 않고 한갓 이 다락에서 즐거워하고 있는가.” 하였다. 내가 그의 말을 기이하게 여겼으나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니, 솔 그늘만 쓸쓸할 뿐 인적은 없는데 산에 석양이 지고 맑은 이슬이 옷을 적시고 있었다. 이에 일어나 탄식하기를, “어쩌면 월송정의 신령이 내게 가르침을 내린 것이리라.” 하고, 이를 기록하여 <죽붕기(竹棚記)>로 삼노라.
[甲午夏, 余自達村, 移寓於花塢舊主人家; 家隘而低, 出入常打頂. 時當伏熱, 如在紅爐中, 蚊虻蠅蚋, 又從而撲嘬之, 殆不堪其苦. 與隣居李生友說謀所以逃暑, 遂結棚於越松之樹間; 柱凡四, 三架松, 一豎木, 橫又四, 而鋪其上以竹, 可坐數十人, 四旁皆縛竹爲欄, 備其危也. 作長橋於棚之左, 撑木而藉莎草, 便上下也. 棚成而與鄰叟酌麥酒相賀, 自是飮食起居, 坐臥寢睡, 無日不於是焉. 每松響泠然, 爽氣逼骨, 炎神弭節而不敢肆, 蚊蚋遠避而不敢近, 飄然有馭風遐擧之想. 余甚快而樂之, 以爲“彼岳陽黃鶴, 壯則壯矣, 齊雲落星, 高則高矣, 然其棟宇之寵侈, 丹雘之眩耀, 集衆工之技, 而非經營於一夕者也. 豈若吾棚之不煩人力, 不日而成者乎! 豈若吾棚之儉素朴略, 不假華飾而瀟灑絶特者乎!” 諄諄語口, 遂坦腹倚欄而睡, 忽有靑衣一老人拱揖而前曰: “子之棚, 雖曰樂矣, 而子之色, 若有未快活者, 何哉? 蓋自其墮泥塗而觀之, 則去地尺餘, 亦快矣; 自其去地尺餘而觀之, 則子之棚, 尤快矣; 如使在天上者視之, 則子之棚, 與去地尺餘, 皆無間於泥塗矣. 子徒知此棚之快, 而不知天上之人視之如泥塗, 良由局於小而昧其大. 吾知子之難乎超然於塵臼之外也, 悲夫! 抑子之胸中, 有天焉, 有地焉, 有太空焉, 樓閣可以高起, 戶牖可以敞開; 語其快則八荒可以藏眼, 語其高則天人可以相揖. 此則不費心匠之經營, 不待般陲之效技, 可建於一須臾之間, 而登臨之樂, 非此棚比也. 朴素淸絶, 固不足論, 而人事之得喪榮辱, 憂喜歡戚, 亦莫不雲消霧散於太空之中矣; 子何不此之圖, 而徒樂於是耶?” 余奇其說而未及應, 欠伸而覺, 松陰悄然, 了無人迹, 斜陽下山, 淸露滴衣而已. 起而嘆曰: “豈越松之神誨余者歟!” 遂錄以爲竹棚記.]
- 이산해(李山海),〈죽붕기(竹棚記)〉,《아계유고(鵝溪遺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