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은 예로부터 명산으로 일컬어져 문인들이 한번 유람 가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삼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수많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았고 그에 따른 유람기와 시가 매우 많이 남아있다. 아름답게 펼쳐진 봉우리는 계절마다 보이는 모습도 달랐고, 그에 따라 계절별로 부르는 명칭도 달랐다. 봄에는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
이 시는 시인이 직접 금강산을 보면서 읊은 시는 아니다. 금강산으로 떠나는 어떤 스님을 전송하며 적어준 시이다. 직접적인 묘사는 아니지만 산의 모습을 매우 선하게 그리고 있어 예로부터 절창으로 평가되며 인구에 회자되었다. 밋밋한 일만 이천 개의 봉우리에 고저(高低)로 굴곡을 준 뒤에 동틀 녘의 붉은 햇빛을 끌어와 정적인 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20개의 쉬운 글자만으로 한 폭의 금강산을 그려낸 듯하다.
그러나, 이 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금강산의 모습만 묘사한 것은 아닌 듯하다. 스님이 산으로 가는 것은 유람이 목적은 아닐 것이고, 이러한 스님을 떠나보내면서 그저 금강산의 해 뜨는 풍경을 감상하라고만 말했다면 담긴 뜻이 너무 가볍지 않겠는가. 셀 수없이 많은 산봉우리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어두운 가운데에는 어디가 가장 높은 곳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 하나의 최고봉은 존재하고 있으며 해가 떠오를 때 가장 먼저 빛을 발산할 것이다. 최고봉이 어디 산에만 있겠는가? 인간 세상에도 있고 각각의 모든 분야에도 있을 것이다. 산으로 떠나는 스님에게 깊은 수행을 통해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하라는 당부의 말이 아니겠는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라는 옛말도 있다. 나를 과시하려 애쓸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내가 갖추어졌을 때에, 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있어도 금강산의 최고봉처럼 저절로 빛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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