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무엇인지는 《주역(周易)》 〈계사(繫辭)〉, 《예기(禮記)》 〈제의(祭義)〉 및 염락(濂洛)의 여러 선생들의 학설을 보면 알 수 있으나 끝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귀신에는 세 가지 등급이 있으니, 천지(天地)의 귀신이 있고, 사람이 죽어 된 귀신이 있고, 또 백물(百物)의 귀신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사람이 죽어서 된 귀신의 경우는 그 이치가 매우 알기 어렵습니다. 그에 대해 후세에 세 가지 논설이 있으니, 유자(儒者)는 “기운이 모이면 생명이 태어나고 기운이 흩어지면 죽어서 텅 비어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고 하고, 서양 사람들은 “기운이 모여 사람이 되는데 이미 사람이 된 뒤에 일종의 영혼이 따로 있어 사람이 죽어도 없어지지 않고 그 사람 본신의 귀신이 되어 영원히 존재한다.”고 하고,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고 그 귀신이 다시 사람이 되어서 계속 윤회한다.”고 합니다. 만약 유자의 말대로라면 성인이 제사 제도를 만든 뜻에는 분명히 조상의 귀신이 온다는 이치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만약 다만 자손이 조상을 사모하는 마음 때문에 제사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이는 거의 헛된 장난에 가까워 매우 불경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조상과 자손은 하나의 기운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감응하여 오는[來格] 이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조상의 기운은 이미 흩어져서 음양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으니, 그 기운은 허공에 분산되어 벌써 원초적 상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데 다시 무슨 기운이 있어 오겠습니까. 만약 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흩어지지 않고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만약 서양 사람들 말대로라면 사람은 선악을 막론하고 모두 영혼이 있어 죽은 뒤에 천당과 지옥의 과보가 있게 됩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영혼이 소멸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면 그 귀신이 매우 많을 터이니, 이른바 천당은 텅 비고 넓어서 혹 수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소위 지옥이라는 곳은 땅 둘레가 9만 리이고 그 지름이 3만 리라고 하니 그 3만 리 속에 그렇게 많은 귀신들을 어찌 다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가사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땅이라는 것은 형질(形質)이 있어 공간이 없이 꽉 차 있는데 귀신이 아무리 형체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이 죽은 뒤에 기운이 흩어지는 것이 더디고 빠름이 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흩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불교의 말대로라면 그 말은 더욱 어처구니없어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그 중에는 그럴 법하게 생각되는 점도 있습니다. 대저 천하의 도가 하나가 아닌데 유가(儒家) 외에는 모두 이단(異端)입니다. 그렇기에 유자의 도는 상도(常道)를 말하고 괴변(怪變)은 말하지 않습니다. 괴변은 진실로 예측할 수 없으니, 괴변을 계속 말하다 보면 결국은 허황되고 정상에서 벗어나 거리낌 없이 마구 행동하는 이단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괴변을 말씀하지 않았을 뿐이지 괴변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보면 임금과 신하가 서로 경계하면서 반드시 상제(上帝) 아니면 조상의 영령을 들어서 말하는데, 만약 실제로 그것이 없다면 성인이 어찌하여 사람이 볼 수도 없고 모호하여 믿기도 어려운 일을 가지고 사람들을 속였을 것이며, 사람들 역시 믿고 따랐겠습니까. 분명히 그러한 일이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말했을 것입니다. 은(殷)나라 사람들은 귀신을 숭상한 것이 어찌 후대의 어리석은 백성들이 무당에게 유혹되는 것과 같겠습니까. 이는 필시 말할만한 실제 사실이 많이 있었을 것이지만, 진시황(秦始皇) 때 기록이 다 불타고 없어져 전해지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후세에는 상도만 말하는 경향이 많아져서 만약 조금이라도 평소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일에 대해 한마디 말을 하고 한 가지 행동이라도 했다 하면 대뜸 괴변을 말한 죄를 씌웁니다. 이런 까닭에 가르침을 맡은 사람들은 조심하여 말하지 않고, 상도(常道)를 지키는 이들은 단지 선유들의 말에 의거하려고만 하여 결국 의심이 석연히 풀리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람의 생사는 대체적으로 말한다면 실로 기운이 모이고 흩어짐에 달려 있으니, 불이 꺼지면 연기가 흩어져 허공으로 올라가 소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서양 사람들 말처럼 흩어지지 않는 것도 있으니, 마치 순금이 불에 들어가면 전체가 다 녹아 버리지만 한 점의 정광(精光)만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또 그 중에는 불교의 말처럼 윤회하는 경우도 있으니, 흩어지지 않은 기운이 만약 있다면 그것이 모여 다시 태어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기운이 모였기 때문이고 보면 귀신은 기운이 아니겠습니까. 역사의 기록으로 보면 전생에 반지를 숨겨놓은 곳을 알았다든지 전생에 살던 집의 우물을 기억했다고 하는 따위의 일들이 매우 많고, 지금 세상 사람들의 집안에 전해지는 말을 보더라도 그럴 법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들을 반드시 그렇다고 증명하려 한다면 부질없는 짓이고, 그렇다고 일절 그렇지 않다고 무시해 버리면 너무 융통성 없는 태도이니, 그저 말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역(周易)》에서 “혼(魂)이 떠도는 것이 변(變)이 된다.” 했는데, 그냥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고 변함이 되는데 이른다면 그 혼이 어디고 없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장자(張子)는 “혼이 떠도는 것이 변이 된다.”는 것을 근거로 윤회설을 부정하였으니 어찌 감히 다시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만은 그 의심은 끝내 풀리지 않습니다. 정주(程朱)의 학설에도 간략히 언급만 하고 분명히 말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후인들의 의심만 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정자(程子)는 “죽음과 삶, 사람과 귀신의 이치는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이다.” 하였다. ○ 《어류(語類)》에 주자가 “귀신과 생사의 이치는 틀림없이 불가에서 한 말, 세상 사람들이 본 바와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이치로 미루어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이러한 곳은 굳이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 했고, 또 “전생에 반지를 숨겨놓은 곳을 알았다든지 전생에 살던 집의 우물을 기억한 일들 같은 경우는 따로 얘기할 이치가 있다.” 하였다. ○ 《주자대전(朱子大全)》의 왕자합(王子合)에게 답한 편지에 “천지의 음양(陰陽)이 끝이 없고 보면 사람과 만물의 혼백도 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감응함이 있으면 반드시 통하기 마련이니, 음(陰)이 응고되어 흩어지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다 소멸하고 만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했고, 또 동숙중(董叔重)에게 답한 편지에서 “귀신의 이치는 성인도 말하기 어려워했다. 참으로 어떤 것이 있다고 해도 안 되고, 참으로 어떤 것이 있지 않다고 해도 안 되니, 만약 이치를 분명히 알지 못한다면 젖혀 두는 것이 좋다.” 하였다. ○ 살펴보건대 이러한 말들은 그럴 법한 이치가 있는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
[鬼神之說, 以<繫辭>·<祭義>及濂洛諸先生之說觀之, 其情狀可見而終有所疑. 其等有三, 有天地之鬼神, 有人死之鬼神, 有百物之鬼神. 人死之鬼神, 其理最難明. 後世論說有三; 儒者謂‘氣聚則生, 散則死而歸於空無’, 西士謂‘氣聚爲人, 旣而爲人之後, 別有一種靈魂, 死而不滅, 爲本身之鬼神, 終古長存’, 佛氏謂‘人死爲鬼, 鬼復爲人, 輪廻不已’. 若如儒者之說, 則聖人立祭祀之義, 明有祖先鬼神來格之理, 若徒爲孝子順孫思慕之心而設, 則是不幾於虛假戱玩而不敬之甚者乎? 雖云祖先子孫一氣相連, 故有來格之理, 祖先之氣, 已散而歸於二氣之本然, 則惟漂散虛空, 與原初不異; 復有何氣更來乎? 誠有來格者, 則其別有不散者存明矣. 若如西士之說, 則人無論善惡, 皆有靈魂, 有天堂地獄之報, 亘古恒存, 其鬼至多; 所謂天堂閒曠, 或有可容之理, 所謂地獄, 地周九萬里, 其經三萬里, 三萬里之中, 豈能容許多鬼神? 假或容之, 地有形質, 窒塞無空; 鬼神雖云無形, 亦何以容之耶? 謂之散有遲速則可, 謂之永世不散則不可矣. 如佛氏之說, 則其說尤爲誑惑, 不可專信, 而其中亦有可疑者矣. 夫天下之道非一, 而儒外皆異端也. 儒者之道, 語常不語變; 變固不可測, 語變不已, 則將荒誕不經而歸於異端之無忌憚也. 是以, 聖人不語怪而已, 怪未嘗無也. 以《詩》《書》觀之, 君臣交戒, 必以上帝祖考神靈言之; 若無其實, 則聖人何爲以人所不見怳惚難信之事, 誑譎于人, 而人亦信從之乎? 明有是事, 故其言亦如是矣. 殷人尙鬼, 豈若後世愚民之誘惑于巫覡者爲也? 是必多有實事之可言, 而安知非焚滅之餘, 亡而不傳耶? 後世語常之道勝, 若一語一事, 稍涉于不見不聞, 則輒歸語怪之科. 是故, 立敎者愼之而不發, 守常者只欲依倣先儒之說, 而終未能晣然無疑也. 竊嘗思之, 人之生死, 以大體言之, 儘由於氣之聚散, 如火滅烟散, 騰空而消滅者. 其中亦或有不散者, 如西士之說, 如眞金入火, 混體消瀜, 而一點精光, 猶有存焉; 其中亦或有輪廻, 如釋氏之說矣. 若有未散之氣, 則其聚而復生, 亦不異矣. 人之生也, 以氣之聚, 則鬼神非氣乎? 以史傳言之, 如識環記井, 其類甚多; 以今世人家所傳觀之, 亦多可疑. 若是之類, 證之以必然則妄, 諉之以一切不然則太拘; 其勢但不語而已. 《易》云: “遊魂爲變”, 不獨爲遊散而已, 至於爲變, 則盖無所不有矣. 張子以遊魂爲變爲輪廻之說非, 則何敢更爲論說, 而其疑終未亡也. 程朱之說, 亦多有引而不發者, 徒增後人之疑.-程子曰: “死生人鬼之理, 一而二二而一者也.” ○《語類》朱子曰: “鬼神死生之理, 定不如釋家所云世俗所見, 然必有其事昭昭不可以理推者. 此等處, 且莫要理會.” 又曰: “識環記井之事, 此又別有說話.” ○《大全》<答王子合書>曰: “天地之陰陽無窮, 則人物之魂魄無盡. 所以有感必通, 尤不得專以陰滯未散, 終歸於盡爲說矣.” 又<答董叔重>曰: “鬼神之理, 聖人難言之. 謂眞有一物, 固不可; 謂非眞有一物, 亦不可. 若未能曉, 闕之可也,” ○按此等議論, 皆非可疑者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