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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의 어느 백성이 가을걷이가 끝난 벼를 들판에 쌓아 놓고, 밤이면 들판에 지어놓은 막사에서 자면서 이를 지켰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막사 지붕에서 올빼미 소리가 들리자 그는 문득 불길한 마음이 들어 막사에서 나와 볏단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과연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막사를 덮쳤고, 사람이 없자 성난 호랑이는 으르렁대며 막사를 부수고 가 버렸습니다.
인천의 어느 백성도 들판의 막사에서 벼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있던 사람이 잠을 자면서 코를 고는 소리가 우레와 같이 컸습니다. 그는 호랑이가 그 소리를 듣고 올까 겁이 나서 혼자 막사를 빠져나와 볏단 깊은 곳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과연 호랑이가 코고는 소리를 듣고 찾아와 막사에서 자던 사람을 잡아갔습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호랑이에게 화를 당할 뻔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나서, 여기서 얻은 교훈으로 '미리 방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덧붙이는 결론. “농부들도 이러하거늘 하물며 사리에 통달한 사대부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경계할 일이로다, 기미를 보고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여.”
재난을 당하고 나서 뒤늦게 법석을 떠는 것을 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며 비판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는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두둔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소를 잃기 전에 미리미리 외양간을 손질해 놓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만은 자명합니다.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지만, 원전사태의 경우 예상되는 사고에 대비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미리 찾았더라면 지금처럼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는 결코 먼 나라 남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우리도 지금은 꽃구경이 한창이지만 이제 곧 여름이 오고 장마며 태풍이 몰아칠 텐데, 수십년 만의 물폭탄이니 뭐니 하며 뒤늦게 법석을 떨 일이 아니라, 예상되는 재난에 미리미리 대비해 놓는 현명함을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