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즐거운 집, 낙암(樂菴) |
물질만능이라는 오늘날 세상에 안빈낙도(安貧樂道)와 같은 고루한 선비나 할 말을 운운해서는 세정(世情) 모르는 딱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십상이리라. 그렇지만 정녕 가난해도 즐거울 수 있다면, 그 즐거움이야말로 외물(外物)에 의해 변치 않는 참된 즐거움이 아닐까. 그런 즐거움을 삶 속에서 찾는 길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지금의 재미없는 인문학이 참으로 할 만한 학문이 되고, 생기를 잃어가는 인문학이 다시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
나는 지난해 사직하고 돌아온 뒤로 겨우 한 차례 사직을 청하여 윤허를 받지 못하고는 성상(聖上)을 번독(煩瀆)할까 몹시 두려워 몸을 사리고 입을 다문 채 올해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마침 나이 일흔이라 치사(致仕)할 시기가 되었기에 감히 성상께 글을 올려 모든 직임을 벗겨줄 것을 청하였으니, 윤허 받지 못할 리 없을 것입니다. 만일 윤허 받지 못한다면 속속 글을 올려 기필코 뜻을 이루고야 말 작정입니다. 명분이 바르고 말이 이치에 맞으니, 성상을 번독할 염려는 생각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이 소원을 이룬다면 산은 더욱 깊어지고 물은 더욱 멀어지며, 글은 더욱 맛이 있고 가난해도 더욱 즐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 인곡유거도(仁谷幽居圖)_겸재(謙齋) 정선(鄭敾)_간송미술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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